새로운 첫 사람처럼
김재흥(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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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서,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 하셨다. 주님께서는 탄식하셨다. "내가 창조한 것이지만, 사람을 이 땅 위에서 쓸어 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렇게 하겠다.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되는구나."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께 은혜를 입었다. 노아의 역사는 이러하다. 노아는 그 당대에 의롭고 흠이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 이렇게 세 아들을 두었다. 하나님이 보시니, 세상이 썩었고,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다. 하나님이 땅을 보시니, 썩어 있었다. 살과 피를 지니고 땅 위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속속들이 썩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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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어가고 있는 지구
좋으신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안과 새롭게 하시는 은혜가 교우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길 빕니다. 지난 4월 1일 달을 향해 발사되었던 아르테미스 2호의 승무원 4명이 달 궤도를 비행하고 4월 10일에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달의 뒷면까지 보고 왔는데 이는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한 것입니다. 발사부터 달 궤도 비행과 귀환까지 모든 과정이 어려운 과정이었으며 목숨을 건 모험이었습니다. 지구로 돌아온 다음날, 4명의 승무원들이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각자 소감을 말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것은 한 사람의 몸에 담기에는 벅찬 것 같습니다.” “막상 그곳에 있으니 가족과 친구들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인간이란 정말 특별한 존재이고 지구에 산다는 것도 특별한 일입니다.” 승무원들이 우주에서 돌아온 다음에 한 소감도 인상적이었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했던 영상통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색인종 중 최초로 달 탐사에 참여한 빅터 클로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보면 지구는 하나로 보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어디 출신이든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습니다. 이번 임무가 특별한 것은 인류를 하나로 만들어주고 인류가 차이를 넘어 서로의 강점을 모아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하나라는 말, 우리가 차이를 넘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이 꼭 하나님이 우리에게 해주시는 응원처럼 들렸습니다.
오는 수요일인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 제정한 날입니다. 전 세계가 저녁 8시부터 10분간 전등을 소등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지구는 전지구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먼 우주에서 보았을 때는 아름다워 보일지는 몰라도 지금 지구는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학살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민족이 다른 민족을 학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사람이 죽을 뿐 아니라 엄청난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 환경 NGO와 연구기관들의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3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약 700만 대의 자동차들이 1년 동안 내뿜는 양이며 이것을 상쇄하려면 나무 16억 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과 동식물이 죽어가고 있으며 지구 자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전쟁으로 인해서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죠. 지구는 인간에 의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2. 노아,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
인간의 무지와 탐욕과 증오로 인해 죽어가는 지구를 생각하며 떠오른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창세기 6:5,6 말씀. “주님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서,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인간 참 대단합니다.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후회하시게 만들고 마음 아파하시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이 후회하시고 마음 아파하셨다는 말은 하나님의 무능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악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하나님은 무법천지가 되어 버린 세상과 속속들이 썩은 인간을 보시고는 엄청난 결단, 당신 손으로 지으신 세상과 인간을 비를 내려 쓸어버리시기로 결단하십니다. 그러나 의롭고 흠이 없었으며 하나님과 동행하던 노아에게만큼은 당신의 계획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가 홍수를 일으켜 호흡 있는 모든 것을 죽일 것이다. 너는 방주를 만들어 너와 너의 가족들은 방주로 들어가고, 짐승들을 한 쌍씩 방주에 태워라.’ 하나님께서는 노아와 더불어 세상을 새롭게 시작하길 원하셨던 것입니다.
비가 40일 동안 내렸습니다. 호흡 있는 모든 것은 죽었습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 바람을 일으키시니 땅이 말랐고 노아와 짐승들은 방주 밖으로 나왔습니다. 노아는 하나님 앞에 제단을 쌓고 제물을 바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하여 땅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시고는 그 증표로 무지개를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홍수는 심판이었지만, 그것은 일종의 재창조이기도 했습니다. 노아는 두 번째 아담이 되었습니다. 그에게서 인류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첫 번째 창조 이후에 아담에게 해 주셨던 말씀을 똑같이 노아에게도 해 주셨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복을 주심과 동시에 계명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으니, 누구든지 사람을 죽인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 계명은 하나님께서 첫 번째 창조 때에는 하지 않으셨던 말씀이었습니다. 이는 살인 금지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 말해보자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인간을 존중하라는 말씀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죄악,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행 폭언 사기 비방 직무유기 등은 바로 이것에서 시작됩니다. 존중하지 않음. 나와 다른 너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지 않음. 첫 번째 세계에 꼭 있어야 했지만 없었던 것이 ‘존중’이었습니다. 그 존중이 없었기에 세상에 죄악이 가득 차고, 인간의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이고, 세상이 무법천지가 되고 모든 사람이 속속들이 썩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로인해 하나님께서는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고 마음 아파하셨던 것입니다. 존중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존중이 없으면 세상은 무너지고 마는 것입니다.
3. 새로운 첫 사람처럼
새로운 세계의 첫 사람이 되어 산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 부담감이 너무 커서였는지, 노아는 포도주를 진탕 마시고는 만취해서 자기 장막 안에서 아무것도 덮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잠이 들었습니다. 노아의 아들 함이 자기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는 밖으로 나와 두 형들에게 알렸습니다. 함은 사려 깊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벗은 몸을 이불로 덮어드리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함은 아버지를 존중하지 못했습니다. 함의 행동은 다른 두 형의 행동과 대조를 이룹니다. 셈과 야벳은 겉옷을 가지고 가서 그것을 어깨에 걸치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아버지의 벗은 몸을 덮어드리고 나왔습니다. 노아는 나중에 술에서 깨어난 후 함이 한 일을 알고는 함을 저주했습니다. 천한 종이 되어서 형들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도 잘못을 했지만 이 모든 일은 노아에게서 시작된 일입니다. 만취하였을 뿐 아니라 옷을 벗고 잔 노아의 잘못이었습니다.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모습, 어디서 본 모습 아닙니까? 첫 창조세상에서 아담과 하와가 보여주었던 모습입니다. 자신이 선악과를 먹고는 아담은 하와에게 잘못을 전가시켰고, 하와는 뱀에게 잘못을 전가시켰습니다. 죄에 대한 전가 속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었습니다. 뭔가 두 번째 창조세계도 너무 금방 무너진 느낌입니다.
안타깝게도 노아의 후예인 우리는 아직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아시절의 홍수에 못지않은 고난 - 십자군 전쟁, 30년 전쟁, 1,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등을 겪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 종말 같은 고난을 겪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우리는 계속 전쟁과 학살과 환경재앙과 같은 고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변에 ‘목사님, 이 영화 꼭 보세요.’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서 본 영화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태양의 온도가 떨어지며 지구가 종말을 맞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조사를 통해 그 원인이 어떤 미생물이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얻기 위해 그레이스라는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밖에 있는 어떤 별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같은 이유로 그 별을 찾아온 외계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레이스라는 지구인과 바위처럼 생긴 로키라는 외계인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서로에게 너무나 낯선 존재, 그래서 알 수 없고, 알 수 없기에 두렵고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그 둘은 처음에는 서로를 두려워했지만 조심스럽게 작은 선물을 보내고, 비슷한 손동작을 주고받고, 전등의 불빛을 주고받으며 낯선 관계에서 친구관계로 발전합니다. 그 둘은 그 별에서 별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미생물을 잡아먹는 또 다른 미생물을 발견하게 됨으로 지구와 로키의 행성 둘 모두를 종말에서 구원하게 됩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모든 생명을 종말에서 구원할 수 있는 힘은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함에서 온다기보다 서로를 조심스럽게 여기고 존중함에서 온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리 행성을 구할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해도 그레이스와 로키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았더라면, 두려움과 적대감에 휩싸여 서로에게 방아쇠를 당겼다면 둘 다 죽었을 것이고 두 행성 모두 종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르테미스 2호의 유일한 여성 승무원이었던 크리스티나 코크는 우주에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았을 때 저를 사로잡은 것은 지구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구를 둘러싼 어둠이었습니다. 지구는 마치 어두운 우주 한가운데 떠있는 구명보트 같아 보였습니다.” 어둠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구명보트 같은 지구. 코크는 여기까지 말한 후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서 있었습니다. 한참의 침묵을 깨고 코크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이번 여정을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 서있는 우리 네 사람만이 승무원이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지구라는 구명보트의 한 명 한 명의 승무원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어나 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거대한 어둠의 바다 위에 떠있는 지구라는 작은 구명보트의 승무원입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 새로운 첫사람, 새로운 노아입니다. 지구라는 구명보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지키는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말씀해 주셨고, 예수님이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조심히 대하는 것, 존중하는 것, 서로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종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며 지구라는 구명보트를 후손들에게 잘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우리를 보시고 사람 지은 것을 후회하시고 마음 아파하시는 것이 아니라 ‘참 좋구나’ 말씀하실 수 있는 청파교우들과 이 시대 믿음의 백성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